한글날, 함부르크 한인학교 교실에 다녀왔습니다
한글날이던 지난 10월 9일 금요일 오후, 알토나에 있는 함부르크 한인학교(교장 전혜리)의 교실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올해는 한글날이 제정된 지 100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8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학교는 이 뜻깊은 해를 맞아 "한글, 시간을 넘어 우리를 잇다"를 주제로 '한글날 특별 공개연구수업'을 마련하고 학부모와 손님들을 초대했습니다.
우리 함부르크 한인회에서도 신길봉 회장님이 함께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안내를 따라 복도를 걷고 교실 문을 하나씩 열 때마다, 그 안에는 저마다의 속도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12년의 성장을 담는 한 권의 책
복도 창가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나란히 세워 둔 「생각이 머무는 책」이었습니다.
전혜리 교장 선생님은 책을 한 권씩 가리키며 그 의미를 들려주셨습니다. 아이들은 1학년에 입학하면 이 책을 받습니다. 그리고 12년 동안 학교에서 배우고 활동한 기록을 한 장 한 장 채워 갑니다. 12학년 졸업을 앞둘 무렵이면 한 아이가 함부르크 한인학교에서 어떻게 배우고 자라 왔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돌아볼 수 있는 책이 됩니다.
책 위 창문에는 "나에게 한글학교는 ○○이다"라는 문장을 채운 아이들의 카드가 빼곡히 붙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적어 넣은 한 단어에서 이 학교가 아이들에게 어떤 곳인지 조금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의 부채에 쓴 한마디, "사랑해"
공개수업은 한국문화특별반 서예반의 작품 전시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손님들은 붓글씨 작품을 감상한 뒤 직접 붓을 들고 부채에 한 글자씩 써 보았습니다. 신길봉 회장님도 하얀 부채에 또박또박 "사랑해"를 쓰고 이름을 남기셨습니다. 옆자리 손님과 서로의 부채를 보여 주며 웃는 모습에서, 한글 한 글자가 사람 사이를 얼마나 따뜻하게 이어 주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종대왕님, 한글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실 화면에는 아이들이 세종대왕께 쓴 편지가 띄워져 있었습니다. 삐뚤빼뚤하지만 정성껏 눌러쓴 글씨로 한 아이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세종대왕님, 한글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씨를 진짜 잘 쓰겠습니다. 글씨 연습을 많이 하겠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옛날에는 한자를 써서 백성들이 어려워했는데, 쉬운 한글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었습니다. 580년 전 세종대왕의 마음이 독일 함부르크의 교실에서 이렇게 아이들의 편지로 되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초등부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자음과 모음을 하나씩 오리고 색칠하느라 손이 바빴습니다. 유치부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나란히 앉아 함께 활동하며 한글을 익혔습니다. 작은 손으로 오려 낸 'ㄱ', 'ㅏ' 하나하나가 그대로 아이들의 첫 한글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한글의 원리에서 AI 대화까지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은 한 걸음씩 깊어졌습니다. 5학년부터 8학년까지 한 교실에 모인 중등부는 '한글 속 원리를 발견하다'를 주제로, 한글날의 의미와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를 함께 살펴보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고등부의 9학년부터 12학년 교실은 "한글, 사람을 잇고 미래를 열다"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꾸몄습니다. 세종대왕과 주시경, 김구 선생의 발자취를 함께 알아본 뒤, 'AI로 만나는 주시경과 김구 선생님' 시간에는 학생들이 인공지능으로 두 분을 '만나' 직접 질문하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2026 말모이, 나만의 한글'을 주제로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골라 나만의 한글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다닌 함부르크 한인학교, 이제는 손주가
함부르크 한인학교는 1975년 우리 함부르크 한인회의 설립 결의를 거쳐 그해 8월 35명의 학생과 함께 첫 입학식을 열었습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온 1세대 동포들이 자녀에게 우리말과 한국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뜻을 모아 세운 학교입니다. 한인회와 한인학교가 같은 뿌리에서 자라 온 셈입니다.
신길봉 회장님은 수업을 둘러본 뒤 이렇게 소감을 전하셨습니다.
"이 학교는 50년 전 우리 이민 1세대 분들이 세우신 학교입니다. 우리의 자녀가 다녔고, 지금은 그 자녀가 자기 아이의 손을 잡고 등교시키는 역사적인 학교가 되었습니다."
회장님은 이어 "앞으로 삼일절 같은 국경일 행사를 한인학교와 함께해 아이들의 역사 의식을 높이고, 한인회와 한인학교가 유대 관계를 잘 이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이날 함께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함부르크분회 강범식 분회장님도 "아이가 어렸을 때 이 학교에 보냈고, 지금은 손주가 다니고 있다"며 반가워하셨습니다. 한 학교에 3대의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 있다는 것, 그것이 이 학교가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함부르크 한인학교, 교실 밖에서도 이어지는 배움
지금 함부르크 한인학교에는 유치부부터 12학년까지의 정규반과 함께 독일인 청소년반과 성인반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혜리 교장 선생님은 "처음에는 우리말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시작된 한국어 교육이 이제는 독일인과 성인 학습자들에게까지 넓어지고 있어 참 뜻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문화 수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올해 문을 연 태권도반에서는 유치부 어린이들이 매주 금요일 한국어 수업을 마친 뒤 하얀 도복을 입고 기합을 넣습니다. 정규반 학생들은 사물놀이반에서 우리 가락을 익히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한식잔치 무대에서 힘차게 북을 울려 박수를 받은 아이들이 바로 이 사물놀이반 학생들입니다.

한글, 시간을 넘어 우리를 잇다
반세기 전 낯선 땅에서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물려주고 싶었던 1세대의 마음은, 지금 이 교실에서 자녀와 손주 세대로, 그리고 한글을 배우려는 독일 이웃들에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의 편지와 웃음, 오려 낸 한글 자모 하나하나가 그 사실을 조용히 보여 주었습니다.
정성껏 수업을 준비해 주신 전혜리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 그리고 따뜻하게 맞아 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함부르크한인회는 앞으로도 한인학교와 함께 우리 아이들이 한글과 한국을 자랑스럽게 배우고 이어 갈 수 있도록 곁에서 응원하겠습니다.
함부르크 한인학교의 수업과 입학 안내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인학교 이야기, 또는 이날의 추억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함께 나눠 주세요.
기사 제공: 신미리, 홍보부, 함부르크 한인회 (Koreanischer Verein in Hamburg e.V.)
Article provided by: Miri Shin, PR Department, Korean Association of Hamburg
English summary
Learn Korean in Hamburg:
Hangul Day at the Korean School in Altona
On Friday, 9 October, the Korean School in Hamburg (Koreanische Schule in Hamburg e.V.) opened its classrooms in Altona to parents and guests for a special Hangul Day lesson. It was a big year to celebrate: Hangul Day was first marked 100 years ago, and King Sejong introduced the Korean alphabet 580 years ago.
Sin Gilbong, President of the Korean Association in Hamburg (Koreanischer Verein in Hamburg e.V.), came along for the visit. Guests tried Korean calligraphy on paper fans, while the youngest pupils sat with their parents cutting out and colouring Hangul letters. The older students looked at how the alphabet was put together, "interviewed" the scholars Ju Si-gyeong and Kim Gu with the help of AI, and made their own pieces from their favourite Korean words.
The school was founded in 1975 by first-generation Korean miners and nurses who wanted their children to grow up with the language. Some families are now on their third generation there. Besides regular classes from kindergarten to Year 12, the school runs courses for German teenagers and adults, so if you'd like to learn Korean in Hamburg, it's a good place to start. There are taekwondo and samulnori (traditional Korean drumming) groups, too.
Deutsche Zusammenfassung
Koreanisch lernen in Hamburg:
100 Jahre Hangeul-Tag an der Koreanischen Schule
Am Freitag, den 9. Oktober, hat die Koreanische Schule in Hamburg e.V. in Altona ihre Klassenräume für Eltern und Gäste geöffnet. Anlass war der Hangeul-Tag, der Tag des koreanischen Alphabets, und in diesem Jahr gab es gleich doppelt etwas zu feiern: Vor 100 Jahren wurde er zum ersten Mal begangen, vor 580 Jahren hat König Sejong die Schrift eingeführt.
Auch Sin Gilbong, Präsident des Koreanischen Vereins in Hamburg e.V., war dabei. Die Gäste durften selbst zum Pinsel greifen und koreanische Kalligrafie auf Fächer schreiben. Die Jüngsten haben mit Mama und Papa Buchstaben ausgeschnitten und angemalt. In den höheren Klassen ging es darum, wie das Alphabet aufgebaut ist. Außerdem haben die Schülerinnen und Schüler per KI mit den Gelehrten Ju Si-gyeong und Kim Gu „gesprochen“ und aus ihren liebsten koreanischen Wörtern eigene Arbeiten gestaltet.
Gegründet wurde die Schule 1975 von koreanischen Bergleuten und Krankenschwestern der ersten Generation, die ihren Kindern die Sprache mitgeben wollten. Heute bringen manche, die selbst hier gelernt haben, schon ihre Kinder oder Enkel mit. Neben den Klassen vom Kindergarten bis zur 12. Klasse gibt es Kurse für deutsche Jugendliche und Erwachsene. Wer in Hamburg Koreanisch lernen möchte, ist hier also genau richtig. Dazu kommen Taekwondo und Samulnori, traditionelle koreanische Trommelmu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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